이 책은 스페인뿐 아니라 21세기 지속 가능한 지구를 희망하는 여행가들을 위한 여행 에세이이다.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 도발적인 제목이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는 가짜 스페인인가? 거기에 더해 2021년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된 작품이니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 수필 장르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쓴 이 책은 교수가 썼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와 너무 고급진 감성(?)이 가득할까 걱정했는데, 친근하며 쉽고 또 공감이 가는 한 마디로 술술 읽히는 여행 에세이였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왜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는지, 그리고 이 여행팀이 발길이 닿기 힘든 시골만은 골라 찾아갔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여정 가운데 이 책은 스페인만 아니라 우리나라, 더 나아가 우리 인류가 어떻게 해야 우리의 소중한 지구의 각 지역의 자원들을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상태로 우리도 즐기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이어줄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책의 첫 부분부터 관광명소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고 작가 스스로 밝히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솔직히 이 책에 나온 모든 곳이 시골은 아니다. 빌바오, 산 세바스티안, 마르베야 그리고 론다를 단순히 시골이라고 한다면, 스페인에 대해 알던지, 스페인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무슨 소리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 세바스티안에서는 빠이스 바스코만의 문화인 초코에 대한 이야기를, 론다에서는 그 유명한 다리가 아니라 다리 밑 그 누구도 전해주지 않았던 그들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이 쓰여있다.
또한 레온, 엑스트레마두라 등 한국인 아니 전 세계의 여행객들 모두가 흔히 지나치거나 방문하지 않는 그 지역들의 식문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에 살 때, 아스투리아스 지방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이유는 황당한데, 매일 내가 사 먹던 우유가 아스투리아스에서 생산된 우유였고, 내가 지내던 발렌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이 책 초반부에도 아스투리아스의 시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번엔 정말 꼭 그곳을 방문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생기면서도 ‘저곳 찾아가기는 정말 쉽지 않겠네’ 하는 전혀 상반된 두 가지 생각이 같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에 나오는 곳들은 외지고 알려지지 않은 그러나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희귀 재래 동물을 보존하며 개체의 수를 늘리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그것을 많이 소비하는 방법뿐이다.
나는 교촌치킨을 좋아한다. 그런데 교촌의 닭은 너무 작다. 사실 한국에서 소비되는 닭은 다 작은 편이다. 닭을 사이즈로 구분하는데 한국에선 대부분 10호 닭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닭 이야기냐고?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닭 크기의 2배에 육박하는 닭들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흑돼지와 같은 빠이스 바스코 지역만의 전통 돼지 품종, 최고급 하몽으로 분류되는 베요따 이베리코 돼지 등 스페인에서 만날 수 있는 그 지역만의 재래품종에 대한 스토리가 책 전체에 가득하다.
이 책에서 알게 된 사실은 모든 가축에는 품종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인데,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제주도 흑돼지라고 해서 한 가지 흑돼지 품종이 아니고 그 안에서도 여러 가지로 나누어지며, 또한 그중에서 몇 품종은 제주도 그리고 한국만의 전통 재래품종 돼지이지만 외국에서 유입된 품종도 흑돼지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멸종 위기 생물이라 하면 보존하고 지켜야 한다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반대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역설적으로 지키고 싶다면 그것을 더욱 소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에 수많은 값싸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소들이 많음에도, 한국에서 한우라는 품종이 한국에서 계속해서 사육되고 그 개체수도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많은 한국인들이 한우를 소비하며 그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 각 지역의 재래품종들이 어떻게 멸종의 위기를 벗어났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한국과 전 세계에서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사실, 한우를 빗댄 표현은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왜 틀린 것인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스페인 하몽을 맛보고 싶다면....
남들과는 다르면서도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여행은 특별하다.
알려지지 않고, 찾아가기 힘든 지역 거기에 대해 재래품종 및 동물복지에 신경을 쓴 음식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기에,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은 기존의 음식보다 비싸다. 또 숨겨진 하지만 고급 레스토랑들이 나온다. (물론 저렴한 음식점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작가는 계속해서 말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 지속 가능한 생태계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지구의 미래를 꿈꾼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이런 식문화를 즐기고 퍼뜨려야 한다고.
책에 나온 음식점들을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정말 비싼 곳들도 있었고, ‘어떻게 저곳을 갔을까, 나는 못 갈 것 같은데’ 하고 막막한 느낌을 주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뒤 ‘이 책에 나온 곳 중 한 곳은 꼭 가서 나도 경험하고 음식을 먹어봐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없거나 많지 않은 분들에게 이 책의 여행법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에서의 삶을 경험했거나,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속에 불을 지피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여행하는 것은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특별함은 어느 여행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 특별함에 지구의 미래를 위해 아주 작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억에 남는 여행기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여행을 자연스럽게 희망하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진짜 스페인은 시골에 있다”이다.
이 책을 끝내고 나니, 작가의 전작인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역시 빨리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을 구매하고 싶다면?
https://link.coupang.com/a/QrCZ7
[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을 수수료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Authentic Voi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WBC 2023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일정 / 시간 / 경기일 / 대진표 /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23 (0) | 2023.03.06 |
---|---|
프랑스와인을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여행 에세이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 책 리뷰 (0) | 2022.06.15 |
앤디 번즈 심층 인터뷰 3편 : 선택 2019 신본기 VS 문규현 (0) | 2019.04.02 |
앤디 번즈 심층 인터뷰 2편 : 번즈, 알고보니 슈퍼 엄친아?! (0) | 2019.04.02 |
앤디 번즈 심층 인터뷰 LIFE IN KOREA 1편 : 사직이 서울보다 좋은 이유!? (0) | 2019.04.02 |